소화불량이 만들어낸 불면증 

 

지인들과의 모임이나 회식 등으로 오랜만에 맛난 음식들을 많이 먹어서 ‘오늘은 좀 많이 먹었나?’ 싶을 때, 혹은 ‘불편한 자리에서 신경을 쓰면서 음식을 먹었더니 체한 것 같다’라는 느낌으로 잠자리에 누웠을 때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경험 있으신가요?  

 

평소 소화가 잘 안 되는 분이라면 이런 경험은 꽤 많으실 겁니다. 그래서 저녁식사는 아주 가볍게 드시고 속이 편안한 상태가 되어야만 잠자리에 드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어르신들이 ‘속이 편해야 잠을 잘 잔다.’ 라는 얘기를 심심찮게 하시는 것도 모두 이런 경험에서 나온 얘기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이렇게 일시적인 소화불량이 아니라 만성적인 소화장애를 앓고 계신 분들은 소화기의 문제로 인해서 불면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소화불량과 관련된 불면증에 대해서 잠깐 얘기해 볼까 합니다.

소화기가 불편하다는 느낌은 크게 4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식후에 항상 더부룩해서 약간의 과식도 용납이 안 된다는 분

소화가 너무 더디 되어서 식사 때가 되어도 배고픔을 못 느껴 끼니를 자주 거르게 되는 분

공복 시 혹은 약간의 자극적인 음식에도 쉽게 속쓰림이 나타나는 분

신경을 쓰거나 조금만 긴장하면 배가 뒤틀리듯 아프면서 간혹 설사를 자주 하신다는 분  

 

각각의 경우에 해당되는 병명이나 원인들이 조금씩 차이가 나긴 하지만 4가지 경우 모두 불면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입니다.  

 

필자의 환자분 중 한분도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불면증으로 내원하셨던 분이 있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불면증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해 오셨던 분이었는데요. 여러 가지 몸의 상황들을 체크하다 보니 소화기 쪽에 큰 문제를 안고 지내 오셨던 겁니다.  

 

항상 소화가 안 되는 건 아닌데 어떤 이유로 명치부위가 더부룩한 느낌이 들면 그게 항상 불안으로 연결된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불안은 다시 불면증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심할 때는 불안과 함께 명치 부위가 조이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또한 소화기 증상과 함께 피부 가려움증도 함께 나타나서 어떨 때는 가려움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고 하셨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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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의 불면증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했던 건 소화기의 문제가 가장 큰 변수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컨디션이 좋아서 소화기가 안정적인 상태가 되면 수면도 호전되었다가 정신적 스트레스나 과식, 피로, 생리 등의 변화로 소화기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수면이 흔들리게 되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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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소화만 안 되는 분이라면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면서 소화를 도와주는 약만 쓰면 되지만 불면증이 동반된 경우나 이 환자분처럼 피부의 가려움이나 불안 등과 같은 열의 양상을 보이는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게 되면 황련과 같은 차갑고 쓴 맛이 나는 약재를 살짝 함께 넣어주는 처방의 묘미가 필요합니다. 후박, 진피, 창출처럼 소화제로 쓰이는 약재들만으로 불면증의 상황을 잡기에는 2%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 소화가 잘 안 되면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분들은 우선적으로 밤늦은 시간 식사는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고 기름기가 적은 음식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식사 후 가벼운 산책을 생활화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서 소화불량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식사시간 때만큼은 모든 근심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음식의 맛과 향에 집중하는 것도 소화불량으로 인한 불면증을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