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치료법에는 사법(瀉法)과 보법(補法)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사법은 병증을 깎아 내리고 쳐내는 방법이고, 보법은 오랜 병증으로 인해 몸의 부족한 기운을 보호해주고 채워 넣어주는 방법입니다. 사법은 열을 끈다거나 설사를 시킨다는 식으로 체력이 조금 빠질 수 있는 치료방법이고, 보법은 기운을 보충하고 피를 보충해준다, 진액을 보충해준다는 개념으로 이해를 하시면 됩니다. 보약도 대표적인 보법이긴 하지만 보약 이외에도 내 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 보법이 됩니다.

▶불면증 - 사법의 치료

불면증에 있어서 대표적인 사법은 바로 수면제입니다. 증상이 급박하고 강렬하게 나타나는 불면증의 기세를, 불을 꺼야하기 때문에 강력한 효과를 내는 약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수면제죠. 불면증의 기세가 아주 강하고 잠을 못 자면 큰일날 것 같을 때에는 수면제를 이용해 사법을 쓰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단, 장기적으로 복용할 때는 피로감, 무기력감, 우울감 같은 증상이 심해질 수 있고 자꾸 쳐내기만 하니 체력이 약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잠은 자는데 약간 질적으로 깊은 수면을 못 취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느끼기도 하고요. 결국 장기적으로 몸이 지치고 힘들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불면증 - 보법의 치료

내 몸에 약해져 있는 부분들은 보충을 해 주고 넣어 준다는 치료의 개념이 보법인데요, 대부분 불면증 환자들은 오랜 병증으로 인해서 체력이 약해져 있거든요. 그 체력을 보충해주고 강화시켜줘서 근본적으로 잠을 잘 잘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불면증의 원인은 스트레스, 노화, 완벽주의, 강박증, 갱년기, 여러가지 신체적 질병 등 다양한데 한의학적으로 결국 내 몸의 균형이 깨졌을 때 나타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것은 보법으로 치료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개념입니다.

​▶사법을 쓸까, 보법을 쓸까

불면증으로 인해 체중도 줄고, 식욕도 줄고, 체력이 확 약해지는 느낌이 든다면, 이런 분이 사법을 쓸 경우 몸은 더 나빠집니다. 이런 분은 사법보다는 보법을 통해 체력을 키워주며 수면을 잡아 나가야 합니다. 

보법을 통한 치료는 사법을 통한 치료보다 효과는 느리게 나타난다는 단점은 있지만 대신 전체적인 몸의 균형을 찾아주기 때문에 몸의 컨디션이나 피로감, 식욕 등이 좋아지면서 불면증도 좋아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만성적으로 불면증을 앓고 있는 분들이나, 노인성 불면증인 경우에는 보법을 꼭 쓰시는 게 좋습니다.

반대로 체력이 아주 좋고 식욕도 그대로인 분들, 불면증이 시작된지 얼마 안된 분들은 사법의 방법을 급한 불을 끄셔도 괜찮습니다. 체력이 좋은 분들은 불면증이 왔을 때 폭발하듯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뛰처나갈 것 같고 찬바람을 쐬고 싶다는 식으로 양상을 호소하는데, 이런 경우 수면제를 쓰는 사법을 이용할 수도 있고, 한의학적으로 설사를 시키는 약, 서늘하게 역을 식히는 약을 쓸 수도 있습니다.  급한 불을 끄고 난 이후에는 조금씩 부족한 것들, 약해진 것들을 채워주는 방법으로 보법을 병행하면 좋습니다. 

하나의 증상을 얘기하는 불면증이라 하더라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치료방법은 다르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사법을, 때로는 보법을 때로는 둘을 섞어서 활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불면증이라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내 몸을, 정신을 너무 많이 써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사법을 쓰더라도 보법을 생각해야 하고, 보법을 쓰면서도 가벼운 사법을 필요하기도 합니다. 개인에 따라, 증상에 따라 다른 불면증을 여러 치료방법을 고민해서 궁극적으로는 약해진 내 몸을 보완해주는 치료를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