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대한 집착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집착이 지나치면 이를 강박증이라고 진단을 받기도 합니다.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강박증'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특정 부분에 대한 불안함이 생기고 그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수 없이 반복하게 되는 질환을 말합니다. 일종의 불안장애인데요. 

강박증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물건들이 꼭 각을 맞춰서 정해진 자리에 있어야 하고, 남들은 필요 없어 보이는 물건일지라도 그 물건이 언젠가 꼭 필요할 것 같아서 버리면 불안해지기 때문에 다 쌓아두고 사는 분들도 계시고, 세균에 대한 강박 때문에 버스손잡이와 같은 것은 절대로 만지지 않고, 어디만 나갔다 오면 바로 샤워를 하고 세탁을 하고 심지어 밖에서 들어온 물건은 모두 소독을 한 뒤에 집에 들여야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사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걱정들을 하긴 합니다만 이내 다른 생각에 집중하게 되면서 그 걱정들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죠. 하지만 강박적 사고는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위험에 빠지거나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서 지나칠 정도로 불필요한 행동을 하게 만듭니다. 강박증 환자분들의 성격을 들여다 보면 평소 지나치게 꼼꼼하거나 완벽주의인 사람, 과도한 책임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랜 시간 수면 장애 환자분들을 접하면서 저는 잠에 대해 강박을 갖고 계신 분들을 많이 봤는데요. 불면증이 시작되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하더라도, 성격적으로 집착과 강박이 심한 분들의 경우에 스스로 병을 키우는 경향성이 강해서 치료기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렇게 잠에 대한 집착이나 강박이 있는 분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생각은 

"오늘은 잠을 잘 수 있을까?"

"과연 얼마나 잘 수 있을까?"

"잠을 못 자면 내일 피곤할텐데 어떡하지?"

"어제도 잠을 못 잤는데 이렇게 계속 못 자다가 큰 일 나는 거 아닐까?" 

와 같은 생각들입니다. 

특히 불면증의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 분들은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합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한 번 힘든 고통을 겪어봤기 때문에 그런 고통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잠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해지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생각들과 잠에 대한 집착은 다시 불안과 긴장을 유발하면서 교감신경이 항진되게 만들어서 잠을 쫓아내는 쪽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잠을 잘 자려고 하는 집착이 오히려 잠을 방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가 있기 때문에 잠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불면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이유가 됩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수면 전 의식’ 이라고 하는 행동들을 하게 됩니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 하는 여러 가지 행동들인데요. 수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나 차를 꼭 챙겨 먹는다거나 족욕이나 반신욕 등을 한다거나, 이불이나 베개에 대한 집착을 가진다거나, 잠을 이루기 위한 자신만의 특정 행동들을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지키려고 하는 행동양상을 보입니다. 

1. 탈감작요법 

하루 정도 잠을 못 자도 생각보다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반복해서 깨닫는 것이 필요합니다.

꼭 100점짜리 잠을 자야지만 내일 하루를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시계는 신경 쓰지 말고, 오늘 꼭 자야지 라는 생각도 좀 내려놓고 편안히 누워 있다가 새벽녘에 2~3시간 정도 깜빡 잠이 들었다면 그걸로 어느 정도 피로감은 풀어냈으니 되었다고 생각해보는 겁니다. 실제로 경험해 보니 다음 날 조금 피곤하긴 해도 죽을 만큼 큰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는 경험을 느껴가다 보면 조금씩 집착이 줄어들게 되고 그러면서 수면시간도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수면시간이 부족해서 피로가 심하다면 낮잠이나 토막잠 혹은 눈감고 명상하든 잠깐 잠깐의 휴식을 취해주는 것도 하루를 버티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니, 꼭 잠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서 피로를 풀어낼 수 있다는 요령을 익혀가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면?

핸드폰으로 영어공부를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좋은 강의를 찾아 들으면서 잠에 대한 생각 외에 다른 생각을 하면서 잠에 대한 강박을 조금이라도 떨쳐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종의 생각의 전환을 만들어 보는 게 좋습니다. 특히 시계를 자꾸 보게 되면 잠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해지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시계는 안 보는 게 좋은데요. 간혹 핸드폰을 보다가 자꾸 시계를 보게 된다면 핸드폰에서 시간이 표시되는 부분만 살짝 테잎을 붙여두셔도 되고요.

스스로 잠을 청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들에 대한 믿음도 때로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수면을 취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들을 할 때 이런 행동들을 하면서도 잠을 못 자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하기 보다는 이런 행동들을 했으니까 많이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잠을 잘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져보는 거죠. 

잠이 드는 건 일종이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고, 잠들기 전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의식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입니다. 의식의 세계에서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 입구를 생각이나 집착으로 스스로 틀어막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럴 때는 ‘진인사대천명’ 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내가 잠을 자기 위해서 할 수 있는 행동들은 다 했으니 잠이 오고 안 오고는 이제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나의 본능 혹은 나의 무의식에게 맡겨보자는 마음으로 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생각하면서 홀가분한 마음을 가져보는 것이죠. 

몇 달, 혹은 몇 년간 잠에 대한 집착과 강박에 사로잡혀있는 분들이라면 단 시간에 고쳐지지 않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고치기 힘들다는 강박증도 오랜 훈련과 치료를 통해 극복이 가능한 만큼 잠에 대한 강박 역시 마음 먹기에 따라 충분히 벗어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불면증을 극복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시고 적극적으로 치료해 보시는 것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