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질병도 그렇겠지만 불면증은 원인이 무척 다양하고 또 원인만큼이나 다양한 증상들을 동반하게 됩니다.
 
단순히 불면증에 어떤 음식이나 약재들이 도움이 된다고 해서 드셔보신 뒤 크게 효과를 많이 보지 못하고 낙담하거나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난 정말 심각한 불면증이구나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도 불면증의 원인과 증상의 다양성 때문입니다.
 
오늘은 다양한 불면증의 원인 중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간과하기 쉬운 불면증의 원인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합니다.
 
바로 정신적, 육체적 과로의 누적으로 인한 극심한 허약해짐입니다.
 
필자는 테니스를 취미생활로 즐겨하는 편인데요. 1~2개월에 한 번 정도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끼리 월례대회가 있습니다. 파트너를 정해서 시합을 하면서 우승을 가리고 우승자에게는 소정의 상품도 주면서 친목도 다지고 서로간의 실력을 겨뤄보기도 하는 대회입니다.
 
작년 가을쯤이었을 겁니다. 우승에 대한 욕심이 생겨서인지 일요일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평소 운동량을 훨씬 뛰어넘는 강도로 무리해서 운동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승을 하지도 못했지만 대회가 끝나고 난 뒤 몸살이 날 것 같은 심한 근육통과 피로감이 밀려오더군요.
 
가볍게 목욕을 하고 뒷풀이 자리에서 든든하게 식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피로가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뒷풀이를 끝내고 귀가하여 힘들었던 하루였으니 오늘은 푹 잘 수 있겠다 싶어서 일찍 잠자리에 누웠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몸은 땅으로 꺼질 듯 피곤한데 머리는 말똥말똥해지면서 잠이 쉽게 들지가 않았습니다. 결국 그렇게 몇 시간을 뒤척이다가 가까스로 잠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또 최근에 한 환자분은 활동량이 엄청난 두 아들의 육아를 위해서 커피로 잠을 이겨가면서 몇 개월을 버티다가 갑자기 불면증이 시작되어서 한의원을 찾아오셨던 분이 있었습니다.
 
신경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체력이 회복되질 않고 심한 탈진양상을 보이면서 불면증도 더 심해지는 상태였습니다.
 
식은땀이 나면서 발도 시리고 옷을 벗으면 춥고 추워서 옷을 입으면 더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기운이 없고 억지로 식사나 간식을 챙겨먹지만 입맛은 하나도 없고 조금만 걸어도 숨차고 메스꺼우면서 어지러워서 쓰러지기도 하고 화장실에서 대변이나 소변을 보고 나면 힘이 빠져서 걸어 나오기도 힘들 정도의 탈진 상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쉬려고 눕거나 앉아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불안해서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고 계속 움직여야만 했고 잠은 잠대로 계속 못 자고 있으니 체력회복은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반복하던 환자였습니다.
 
필자의 경험이나 소개해 드린 환자분 모두 심한 육체적 피로가 원인이 되어서 시작된 불면이라는 게 느껴지시나요?
 
무리한 운동 그리고 과도한 육체활동의 누적이 결국 잠들 때 필요한 에너지마저 모두 써버리게 만들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필자의 경험은 하룻밤의 불면으로 끝났지만 만약 계속해서 무리한 운동을 강행했다면 아마 저도 만성적인 불면증으로 진행됐을 수도 있었겠죠.
 
이처럼 자신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누적된 피로나 심한 체력저하는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몸이 피곤하면 잠이 잘 온다는 사실만을 강조하고 몸이 너무 피곤하면 잠이 잘 안 온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계신 듯합니다.
 
더운 여름, 체력소모가 많은 만큼 적당한 피로와 일정한 휴식을 통해서 자신의 건강과 수면모두 잘 관리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